'들개'된 유기견 문제에 "총쏴 죽여야"vs "근본 해법 아니다

입력 2017년11월29일 10시50분 홍감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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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의 민원이 잦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진은희(46)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북한산에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선지 불과 10여 분만에 개떼와 마주했다. 진씨는 “대낮인데도 대형견 4~5마리가 무리지어 있는 것을 보니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싶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늘어나는 야생 유기견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서울시는 약 10년 전 은평구에서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며 이주민들이 반려견을 유기했고, 그중 일부가 인근 북한산으로 올라가 무리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생견들은 멧돼지와 달리 무리지어 생활하고, 위협을 받지 않아도 먼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놓고 당장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선 총포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주장이 맞서 있다.

핵심 쟁점은 야생 유기견들을 야생생물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른 ‘야생화된 동물’로 인정할 것인지다. 현행법상 ‘버려지거나 달아난 애완동물로 인하여 야생 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멧돼지와 같이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되면 포획 시 총포 사용도 가능해진다. 서식밀도와 개체 현황, 분포도 등 실태 파악도 야생동물로 지정된 이후에야 가능하다.

관악산에 놓인 포획틀에는 '사람을 위협하는 들개 및 유기견을 포획하기 위한 장비'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야생화된 유기견들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유기견을 멧돼지나 고라니와 같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동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 유기견은 야생에 적응했더라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죽이거나 학대를 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자체에서 신고를 받고 포획에 나설 때도 마취총이나 포획틀을 이용해 생포해야 한다. 올가미나 덫 등 개에게 상해를 입힐만한 도구는 사용할 수 없다.

이운호 서울시 동물관리팀장은 “기존의 포획 방식만으로는 야생 유기견 수를 줄이기 어렵다”며 “야생화 돼 경계심이 많은 개의 특성상 포획 틀에 대한 경험이 있거나 무리 중 다른 포획틀에 잡히는 모습을 목격하면 이를 기억해 포획 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취 총 역시 동시에 여러 마리를 조준 사격하기 어렵고, 수면에 들기까지의 30분 동안 이동을 하게 되므로 위치 추적이 어려워 효과가 낮다.

경기도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수용된 대형 유기견.

동물보호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포획이나 사살은 이미 발생된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므로 애초에 ‘유기’와 ‘들개화’의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혜란 카라(동물보호시민단체) 이사는 “한 번에 여러마리씩 새끼를 낳는 개들을 모조리 없애는 것은 어떤 포획 방식으로도 어렵다”며 “동물등록제를 통한 유기율 감소와 유기견의 번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은평구 녹번동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야생 유기견 ‘재반려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유기견도 입양율이 낮은데 들개처럼 돼버린 유기견을 입양시키는 게 쉽겠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자치구를 통해 들개 포획을 시작했다. 연도별 포획 마릿수는 2011년 2마리에서 지난해 115마리, 올해 1∼9월 102마리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서울시내 유기견 관련 119구조대 출동 건수도 2014년 1493건에서 2017년(1~10월) 4539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만 놓고 보면 하루 평균 15.2건인 셈이다. 이 가운데에는 개에 물려 다친 사고도 83건이나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야생화된 유기견들이 무리를 이뤄 다니면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사례다. 실제 출동 건수 1만2337 건 중 두 마리 이상이 떼 지어 나타난 경우는 9.8%(1208회)를 차지했다. 5마리 이상 출몰해 사람을 위협한 경우도 151회나 됐다. 발생 장소는 산(77건)·아파트(21건)·도로(21건) 순으로, 아파트에 출몰했던 경우도 대부분 북한산 등 산 주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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